“폐하께서도 아시겠지만.” 봄이 들이닥친 황궁. 고즈넉한 대리석 돔 아래에서 두 사람이 조용히 대면하고 있었다.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만이 답은 아닙니다. 무엇이든 구부리려 하면 부러지기 마련이에요.” 해온은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상아색의 화려한 예복 위로 그의 긴 흑색 머리카락이 늘어졌다. 그는 일견 단정해 보였으나, 자세히 보면 무표정하다는 것을 ...
2. 30년 전. 30년 전의 중원은 그야말로 혈겁의 도가니였다. 웅크리고 있던 마교가 신강에서부터 중원으로 쳐들어왔고, 정파무림은 사람을 끌어모아 전쟁에 대비했다. 십 년, 길면 백 년마다 되풀이되던 역사였다. 정과 사의 싸움은 그만큼 긴 역사였고, 늘 있던 일이었다. 하지만 양민들에게는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감숙성(甘肅省)은 자연환경이 척박하기로 ...
어쨌든 썼으니 백업은 합니다.. 1. 여취여몽(如醉如夢, 취한 것 같기도 하고 꿈같기도 함.) 질척하게 혀가 뒤섞이는 소리에 귀가 멀 것 같았다. 사고를 멈추게 하는 그 소음 틈으로 눈이 휘몰아치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조용하게 나리는 것이 아닌, 모든 걸 휩쓸어버릴 듯 거친 눈보라가 작은 집을 에워쌌다. 바깥은 그야말로 눈의 폭풍이 불어오고 있을...
20XX년의 어느날, 갑자기 괴물이 출몰했다. 통칭 ‘이레귤러’라고 부르는 그것들은 모든 것을 때려부수고, 파괴했다. 재앙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태에 세상은 멸망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항이라도 하듯 사람들 사이에서 특정한 형질을 가진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력한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으나 불안정한 에스퍼. 그리고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해가 뜬 것 같은데……. 연홍은 몸을 만 채로 뱅글 돌아누웠다. 보기도 싫은 꿈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자기 전에 그 이상한 약을 먹어서인지도 모르겠다. 벽랑에서 맞은 첫 날 아침에 하필 세오에 있을 때의 꿈을 꿀 건 또 뭐람? 일어나기는 싫고, 잠도 자기 싫었다. 새벽녘에 비라도 온 건지 공기가 축축했다. 으슬으슬 스미는 냉기에 더이상 자는 시...
벌써 몇 번째인가. 레오나드는 편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고작 편지 한 장을 몇 번을 보았던가. 이미 그 내용의 사소한 조사와 어미까지 암기할 정도로 봤음에도, 레오나드는 그 편지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형형한 눈빛이 그 얇고 허름한 종이 한 장을 씹어 삼킬 듯이 응시한다. 아니, 사실 그가 씹어 삼키고 싶은 것은 다른 것이었다. 애틋하게 떨리는 손...
객이 나가기 무섭게 종 내관이 한숨을 쉬었다. 그는 더러운 것이라도 묻은 듯 질색하며 붉은 비단 봉투를 소매에 넣었다. 이강은 바른 자세를 허물어트리며 쿡쿡 웃었다. “후궁을 들이는 건 나인데 어째서 태감이 걱정하는 건가?” “내탕금을 늘려야 하지 않습니까?” 종 내관이 한숨을 푹 쉬었다. 비단소매에 감싸인 조홀의 술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덩치도 커다라면서...
전년 여름은 유독 태풍이 심했다. 유독 온난했던 탓인지 초겨울까지 이어진 기상이변은 바다를 뒤집어 놓았다. 섬나라 세오(世墺)에는 그만한 불행이 없었다. 풍랑이 거세고 비바람이 몰아쳐 배도 띄우지 못하니 먹을 것은 줄어갔다. 주식인 물고기를 잡지 못하자 사람들은 그들의 터전으로 시선을 돌렸다. 백여 년을 넘게 그 땅에 자리 잡아 온 이들은 몇 번이나 어업에...
一. 바다 건너 바람은 불어오고. 세오국(說悟國)의 사신이 벽랑(碧浪)에 도착한 것은 한여름 오후의 일이었다. 대제국 벽랑의 황제, 서문이강은 편전(便殿)에서 조례를 마치고 처소인 벽요궁(碧繞宮)에서 장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종 내관은 냉차를 대령하며 사신의 도착을 알렸다. “세오국에서?” “예.” 종 내관은 뭐가 그리 불만인지 품에 안은 조홀을 살랑살...
@序章. 한 밤의 도둑 서걱. 서걱. 무언가를 파헤치는 섬찟한 소리가 고막을 할퀴었다. 낮에는 미지근하던 초봄의 바람이, 밤이 되자 낯을 바꾼 탓에 더 선뜩하게 들린 탓도 있었다. 커다란 보리수를 찬찬히 돌아가기도 전에 들리는 소리에 서문이강(西門理康)은 다리를 앞에 두고 멈췄다. 혹시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바람결에 실린 소리는 괴...
무당의 가장 막내였던 수는 변변찮은 배경도없고 무공도 그리뛰어나지않아 천덕꾸러기였음. 그러던 어느날 조용하던 사문에 파문이일기시작하는데, 그건 사숙조인 검제가 돌아왔기 때문임. 그러나 상처입은 검제의 귀환은 환영받지못했음. 장문인과 장로는 대경실색해서 검제를 가장 구석진 곳에 두었고, 수에게 수발을 들게함. 고아나 다름없는 수는 같은 항렬 내에서도 겉돌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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